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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 ‘공유 킥보드’… 인도·차도 넘나들며 목숨 건 질주

입력 : 2020-04-20 19:34:59 수정 : 2020-04-20 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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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규제정책 미비로 사고 빈번 / 125cc 이하 오토바이와 동급 분류 / 안전모 안 쓰고 무면허·음주운전 / 2018년 890건 사고…3년 새 18배 ↑ / 시장 급속 크는데 제도 정비 미적 / 법적지위 규정 법안 국회서 ‘낮잠’ / 부산 사망사고에 경찰 “단속” 뒷북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 이제원 기자

“타면서도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탈 때는 잘 신경 안 쓰고 달리게 되죠.”

 

멀지 않은 거리는 대부분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는 취업준비생 박모(26)씨는 “킥보드 업체 측에서 안전 수칙을 공지하긴 하지만, 사용자들이 이를 다 따지면서 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심 속 빠른 이동을 위해 이용되는 공유 전동킥보드의 특성상, 집에서부터 안전 장구를 챙겨 나서는 경우도 드물뿐더러 이면도로·차도·인도를 가리지 않고 타게 된다는 게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출퇴근길에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이모(28)씨는 “마음 놓고 탈 도로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항상 사고 위험성을 안고 달린다”고 토로했다.

 

간단한 대여·조작법만으로 대중교통의 접근이 어려운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의 빠른 확장세와 비교해 정부와 정치권의 느긋한 정책 정비 속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체 및 이용자에 대한 단속과 더불어 전동킥보드 운행 실정에 맞는 관련 법 개정 및 도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총 1378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49건이었던 사고 건수는 지난해 890건으로 18배 넘게 증가했다. 2017년부터 2년간 경찰청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인명사고도 사망 8건, 중상 110건, 경상 171건 등 총 289건이었다.

 

최근 전동킥보드 사고가 잇따르면서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1차적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무면허로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던 30대 남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이 남성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던 데다 킥보드 업체에선 이 남성이 운전면허 자격을 보유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예견된 사고’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2일 자정쯤 부산 해운대구 한 횡단보도에서 30대 남성이 몰던 전동 킥보드가 차량에 충돌한뒤 파손돼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125㏄이하의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해석돼, 운전면허를 소지한 채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착용해야만 운행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안전모 미착용은 물론, 2인 탑승에 음주 주행까지 계속되지만 이에 대한 적극적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당 킥보드 업체의 현행법 위반 사실을 조사하는 한편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전동킥보드 관련 법제 및 구체적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 사고를 유발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한다. 전동킥보드에 대한 명시적 법률 규정이 없는 현재, 원칙적으로 자전거도로 및 인도를 통행할 수 없는 이용자들이 빠른 속도의 차량과 함께 달리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전동킥보드의 법적 지위와 도로 운행방법 등을 규정하고,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률개정안이 상정됐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는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한 시민이 전동퀵보드를 타고 있다.
이제원 기자

김현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내의 도로 상황이나 여건에 맞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의 통행 공간 연구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규모, 성능에 따라 적합한 통행 공간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 마련과 함께, 자전거도로 등에서 전동킥보드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경상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서울시의 자전거도로는 단절된 곳이 많아 주행의 연속성 확보가 어려우므로, 단절 구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전거도로의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하다”며 “노면요철에 민감한 전동킥보드를 위한 자전거도로 포장 재정비, 안전시설 추가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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